[우수상 - 시 부문]
깜보자 꽃
서미숙 / 인도네시아
아파트 정원에 붉은 깜보자 꽃잎
외할머니 댁 시골 담장에 둘러서 있던
봉선화 생각이 난다
사과 과수원 한쪽 귀퉁이에서
부끄러운 듯 수줍은 입술로
방긋방긋 나를 맞아주던
싸리 울타리 아래 줄지어 서있던 너를
쪼그려 앉아 바라보다
떨어진 꽃잎을 고무신에 주워 담던
행여 비바람에 꺾일까
밤새 뒤척이던 마음을
늦게 온 애인처럼 너는 알았는지
귀뚜라미 밤새워 울던 날
빨갛게 연등을 켜고
서울내기인 나를 배웅하던 너
지금은 먼 나라로 떠나와
울타리 아래 서있던 너를 생각하며
깜보자 꽃잎을 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