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ain page
  2. 재외동포 광장
  3. 재외동포문학
  4. 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시] 까마중과 어머니
작성일
2024.01.26

시부문 우수상


까마중과 어머니

박영(아르헨티나)


얼기설기 풀숲 한쪽 모퉁이
햇살이 내려앉은 곳에 댕글댕글 눈알 굴리며
앙증맞게 움츠리고 앉아 있는
빡빡머리 까만 열매

손으로 따서 툭 터트리면
화살처럼 튀어 나가는 씨앗 사이로
쏟아지는 순한 향내

달콤한 유혹의 열매
입속에
한 움큼 털어놓으면

시껍댕이 물이 입안에 왈칵 쏟아지며
작은 입술과
까맣게 물든 두 손
혓바닥 낼름!
까만 웃음소리가
산을 덮는다.

산 아래 우리 집 굴뚝 위에선
하얀 연기 솟아나고
빡빡머리 까만 열매
어머니의 부르는 외침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해를 까맣게 덮고
산 아래 내려오니
양쪽 호주머니에 물들어 있는
까만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