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예복이라 하면 한복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예복은 서양식 정장을 주로 의미하게 됐다. 특히 결혼식에서 흔히 부르는 예복은 양복이다. 한복은 폐백을 할 때에만 입는 옷으로 인식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양복, 정장을 갖춰입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복을 굳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예의와 격식이 필요한 자리에도 한복보다는 양복이 월등히 많이 보인다. 비즈니스를 위한 미팅에서도 양복을 흔히 입는다. 이처럼 양복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 모습이다. 그러나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듯, 공적인 자리에서의 의복 역시 문화마다 차이를 보인다. 그렇기에 비즈니스에 임한다면 의복은 신경 써야 할 대목 중 하나다.
미얀마에 처음 비즈니스를 위해 방문한 사람 중에는 파트너를 만나 놀라곤 한다. 생각보다 편안한 옷차림 떄문이다. 미얀마는 일부 고산 지대를 제외하면, 일년 내내 더운 곳이다. 또한, 강수량도 많아 서양식 정장을 갖춰 입기에는 불편하다. 출장을 위해 현지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정장을 갖춰 입지만, 현지 날씨와 문화에 적응한 사람들은 캐주얼 정장이나 셔츠에 바지만 간단히 입기도 한다. 그렇다면 미얀마 현지인들의 비즈니스 옷차림은 어떨까. 여성의 경우 미얀마 전통의상을 입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성의 경우, 론지(전통 하의, Longyi)와 셔츠를 입고 심지어는 슬리퍼도 신는다. 처음에 다소 편해 보이는 옷차림에 당황할 수 있다. 그러나 오해를 방지하자면, 미얀마에서 이러한 옷차림은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춘 것이다.
미얀마의 남성 전통 의복은 따익폰(Taik Phon, 전통 상의), 론지로 주로 구성된다. 신발은 슬리퍼를 신고, 머리에는 가웅바웅(Gaung Baung)이라는 이름의 모자를 쓴다. 이 차림은 예의를 갖춘 옷차림으로, 국회, 결혼식, 법정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앞서 언급한 일반 셔츠와 론지, 슬리퍼 차림은 대충 입은 것 같아도 현지에서는 예의를 갖춘 복장이다.
<따익폰과 정장을 입은 미얀마인(좌), 비즈니스 미팅에 전통의상을 입고 참가하는 미얀마인(우) - 출처 : 통신원 촬영>
옷차림 외에도, 외국인이라면 좀 더 숙고해야 할 문화가 있는데, 바로 거절을 위한 표현이다. 미얀마에서는 거절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완곡하게 말하곤 하는데, 특히 바이어와의 거래에서는 좀 더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얀마어로 ‘괜찮습니다’를 의미하는 ‘야바데’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용어다. 그러나 ‘괜찮다’는 의미에 더해 가끔은 거절의 의미로도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야바데’란 말을 들었을 때 부끄럽거나 혹은 예의상 괜찮다는 것인지, 거절을 의미하는 것인지 판독하기 어렵다. 물건 판매의 현장에 적용해보면, 이 말은 “구매하지 않겠습니다.”보다는 “당장은 구매를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좀 더 간접적이고 배려하려는 의미가 강하다는 뉘앙스다. 단칼에 거절하는 표현을 되도록 쓰지 않는 미얀마에서 이러한 점은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식사 문화에서도 보이는 문화 차이가 있다. 미얀마에서 밥은 1인분씩 그릇에 담겨 나오기도 하지만, 솥에 담긴 밥을 서버들이 배식해주기도 한다. 미얀마인들은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의미에서 밥그릇이 비워져있거나 거의 비워졌을 때쯤 “밥을 더 드시겠어요?”라 묻거나, 서버에게 특별히 말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밥을 덜어기도 한다. 배려를 위해 질문을 계속하는데, 질문이 한두번 이상이 된다면 괜찮다고 말하는 것을 예의로 여긴다. 처음부터 그만 먹겠다고 이야기해도 되지만, 일반적으로 한두그릇 정도 더 먹는 경우가 많아 맞춰주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종교의 영향으로 소고기를 섭취하지 않는 사람이 많고, 일부는 돼지고기 역시 먹지 않기 때문에 식사를 대접해야 하는 자리라면 닭고기나 생선 요리가 가능한 식당을 예약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은 거의 없어진 문화이지만, 한국에는 ‘코리안 타임’이라 불리는,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있었다. 미얀마에도 ‘미얀마 타임’이라 불리는 유사한 습관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없어지는 추세다. 정시, 혹은 10분 전 정도 도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여전히 ‘미얀마 타임’의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 미리 도착하더라도 상대방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기성세대 중에는 왼손은 청결하지 못한 일을 할 때 사용하는 손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명함을 주고 받거나 악수할 때에는 오른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앞서 언급한 문화적 차이들은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미얀마를 방문하는 누구에게나 유용한 에티켓이다. 미리 알고 사람들을 만난다면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위의 에티켓대로 행동하지 않더라도, 외국인들은 이해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염두에 두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곽희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얀마/양곤 통신원]
약력 : 현) KOTRA 양곤무역관 근무 양곤외국어대학교 미얀마어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