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는 고개를 들고 교육은 고개를 숙이고.. 새로운 학년을 시작하는 스페인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1.09.27

주스페인 한국 대사관 박상훈 대사는 최근 개최된 도쿄올림픽 태권도 부문에서 "기차 하드, 꿈 큰(train hard, Bog dream)"이라는 한글 도복 띠를 착용해 화제가 되었던 스페인 태권도 국가대표 아드리아나 세레소(Adriana Cerezo)양을 만났다. 번역기 실수로 쓰인 이 도복 띠 덕분에 한국의 주목을 받았었다. 이에 주스페인 한국 대사관 측은 "훈련은 열심히, 꿈은 크게"라는 그녀의 좌우명을 한글로 새긴 도복 띠와 한국산 화장품 등을 아드리아나 세레소 선수에게 선물했다. 한 분야에서 묵묵히 노력해 결과를 이룬 어린 소녀의 성취는 기나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시기에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되기도 했다


[주스페인 박상훈 대사와 세레소 양의 만남, 사진: 주스페인 한국대사관]

[주스페인 박상훈 대사와 세레소 양의 만남, 사진: 주스페인 한국대사관]


반면 스페인의 교육은 점점 쇠퇴하고 있다. 교육에서 희망을 보는 사람이 점점 적어지고 있기 때문인데 그런 사실을 반영하듯 스페인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중학생 유급률이 4위로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이번에 스페인 정부는 9월 중순에 시작되는 스페인 2021~2022학년도부터 중학생의 유급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해 비난을 샀다.


[방학 중 조용한 학교 풍경, 스페인]

[방학 중 조용한 학교 풍경, 스페인]


정부는 중학교에 해당하는 학과 과정의 유급 비율을 낮추기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했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유급이 성적 향상과 크게 관계없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비난했다. 사실, 스페인은 전반적으로 '유급'에 대해 관대하며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국과는 매우 다르다. 스페인의 경우, 유급을 통해 배우는 과목에 대해 다시 한번 복습하면서 더 탄탄한 기반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상 학업 성취율을 높이기 위한 유급도 있긴 하지만, 교육 관계자들은 저소득 계층의 학생들에서 유급율이 높기에 학업 성취와 유급과의 관계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유급을 줄 수 있는 횟수가 줄며 낙제한 과목 수로 유급을 결정하지 않고 담당 교사가 다음 학년에서도 진학이 괜찮다고 판단해 통과할 수 있는 식으로 바뀌게 되어 유급제를 폐지하는 것과 같다고 보인다. 유급 완화까지 되면 실질상 교육 인력이 더 필요한 실정인데, 교육부는 얼마 전 대면 수업이 시작되며 코로나19 동안 고용했던 임시직 교사들을 내보낸다고 발표했었기에 교육 관계자들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이러한 연유로 당분간은 대면 수업 시작과 함께 다양한 부분에 있어 정부와 교육 관계자의 불협화음이 예상되어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육에 직접적 영향이 미치지 않을지 염려를 표하고 있다.

[점점 손님이 늘어나고 있는 스페인 바들, 스페인]

[점점 손님이 늘어나고 있는 스페인 바들, 스페인]


이렇게 학업 성취율은 낮아지는 가운데 스페인의 고학력자 역시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설문조사 기관(EPA)에 따르면, 최근 스페인의 40세 미만 대졸자 중 많은 이들이 고학력이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로 하향 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학력의 취업자는 전년보다 상승했지만, 이는 그만큼의 학력이 필요한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 아닌 대졸자들이 하향 취업을 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스페인은 관광업이 주요 산업인 국가로 서비스직은 스페인 전체 고용의 약 76%가 넘는다. 극심한 실업난에 대졸 구직자들은 그나마 일자리가 있는 서비스 산업에 취업하고 있다. 이에 당연히 안정된 직장을 찾기는 힘든 상황인데, 스페인노동조합(UGT) 말라가 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의 대표 관광 도시 말라가는 지난 7월 기준 청년들의 97%가 일시적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젊은 층들은 팬데믹이 끝났지만, 근심은 줄지 않을 것 같다.

스페인의 교육 내 어두운 분위기 속에도 팬데믹에 주춤했던 문화 행사들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원장 오지훈)은 문화예술과 미식의 도시 산세바스티안에서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한국문화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라 전했다.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은 2018년부터 스페인 전 지역 곳곳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한 '한국문화축제'를 개최해오고 있다. 도노스티아-산세바스티안 시청과 산세바스티안 영화제가 협력하는 이번 축제를 통해, 음악 콘서트를 비롯한 창작동화 인형극, 한식 행사, 한국 고전 영화 회고전, 한국 연극단 공연, 한국 관광 사진전 등 다양한 한국 문화의 면모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한국 문화 축제를 개최하며 오지훈 문화원장은 "올해 '한-스페인 상호방문의 해(2020~2021)'가 1년 연장된 가운데, 스페인의 대표적인 문화·관광 도시 산세바스티안에서 한국문화제를 개최하게 되어 더욱 뜻깊고 스페인 북부 시민들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더욱 특별하다."라고 밝혔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 작년 풍경. 사진: 주스페인 한국문화원]

[한국어 말하기 대회 작년 풍경. 사진: 주스페인 한국문화원]


더불어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은 '한글날' 기념 '2021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는 '나만 몰랐던 한국문화', '내가 좋아하는 한국어를 소개합니다' 두 가지를 주제로 진행되며, 세종학당 소속 수강생을 포함해 스페인 전역에서 한국어를 학습하고 있는 모든 스페인 시민들을 대상으로 개최된다. 스페인에서도 점점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번 말하기 대회는 8월 27일(금)부터 9월 20일(월)까지 개최된다.


[주스페인 박상훈 대사, 이태곤 아라곤한인회장과의 면담, 사진: 주스페인한국대사관]

[주스페인 박상훈 대사, 이태곤 아라곤한인회장과의 면담, 사진: 주스페인한국대사관]


학교, 회사의 대면 수업 및 근무가 시작되며 조용했던 한인사회도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마드리드 한인회는 9월 말에 정기 총회를 예정하고 있고 한글학교들도 오는 10월부터 학기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8월에는 주스페인 박상훈 대사가 이태곤 아라곤한인회장과 면담을 하기도 했다. 아라곤주는 중세왕국의 성, 수도원 등 중세시대의 유적지들이 많아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으로 위치상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사이의 중요한 위치에 있다.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은 이번 면담에서 스페인 동포사회 현황, 아라곤 한인회 현황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고 전했다.


[다시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스페인 북쪽 도시 오우렌세]

[다시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스페인 북쪽 도시 오우렌세]


스페인 국내 상황이 일상으로 돌아가며 최근 들어 점점 스페인 여행을 문의하는 한국인들이 많아지며 관광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에게 2020년도 하반기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스페인/세비야] 장혜진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4, 5, 6기
현) 프리랜서 기자 및 작가, 한국어 강사
경력) EBS 교육 프로그램 및 다큐멘터리 작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