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는 사람의 힘으로 택시처럼 승객을 실어 나르는 이동수단인 비시택시(Bicitaxi, 인력거)가 있다. 비시택시란 인력으로 끄는 자전거를 의미하는 비시끌레따(Bicicleta)와 택시(Taxi)의 합성어로, 2명, 혹은 4명까지 태울 수 있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2인용 비시택시는 전기자전거를 사용해 구동력을 갖추고 있는데, 일반 사람의 힘으로만 운행되는 것보다 속도가 빠르다. 다만, 2인까지만 탈 수 있고 짐을 실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에 비해 4명 이상을 태우는 비시택시는 속도는 느리지만 많은 사람과 짐을 실을 수 있다.
멕시코 센트로(Centro) 전통 시장 지역은 시장 상인과 방문객으로 늘 붐비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 택시나 우버는 센트로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 1990년 전후로 센트로 지역은 온 골목과 거리가 노점상으로 가득 차있었고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로도 진입이 어려운 곳이었다. 그래서 비시택시는 센트로 외곽지역에서 시장까지 짐을 운반하거나 시장에서 나오는 승객을 센트로 밖으로 이동시키는 서비스를 했다. 당시 비시택시는 허가가 없었고, 자전거를 개조해 손수레 형태로 자리를 만들었다. 모양도, 색상도, 심지어 가격도 가지각색이었다. 그 탓에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세력이 비시택시를 만들어 영업했기 때문이다.
1990년 초반, 멕시코에는 자전거 열풍이 불었다. 자전거는 환경을 보호하고, 건강을 지키는 수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 여파는 비시택시에도 이어졌다. 이후 비시택시는 점차 색다른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전기자전거를 이용한 모델도 운영됐다. 모양도 가지각색으로, 물고기 모양의 택시도 등장했다.
<멕시코 시티 센트로 시장의 비시택시>
처음에는 허가 없이 운영되던 비시택시는 점차 그 수가 증가하면서, 정부의 정리가 필요해졌다. 정부는 센트로 지역 모든 비시택시에 허가제도를 도입했다. 처음에는 개인이 센트로 거주자 및 종사자에게 한하여 운영을 허가했으나, 현재는 개인 이외 기업, 노동조합도 구청에 허가를 받아 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비시택시는 일반 택시와 동일하게 흰색, 분홍색이지만, 운영자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색을 띈다. 특정 기업만의 색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1990년대부터 센트로에서 교통서비스를 제공하던 비시택시는 시내 곳곳으로 이동했다. 특히 운송 수단의 진입이 어려운 거리, 교통량이 많아 혼잡한 지역 등을 순환했다. 이렇게 비시택시 산업이 점점 성장하면서, 낮은 초기 자본, 특별한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는 서비스는 자영업 옵션을 대표하게 됐다. 이 점은 비시택시 성장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멕시코 센트로 관광특구 지역에서 비시택시를 운영하는 펠리페 씨는 이 지역의 비시택시 운전자는 20,000명 이상이라 말한다.
<센트로 지역의 비시택시 운전사 펠리페 씨>
펠리페 씨는 “원래 직장생활을 하다가 경제 불황으로 일자리가 없어졌고, 평소에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기도 했기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반 자전거로 운영했지만, 지금은 전기 동력 모토가 달린 비시택시를 운행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짧은 거리 운행일지라도 일반 택시보다 비싼 가격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비시택시의 하루 평균 수입은 약 10만원 선이다. 주로 상인,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는 펠리페 씨는 일반인보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것이 벌이가 좋다고 귀띔했다. 기사들은 보통 아침 8시에서 일을 시작하고, 오후 6시 전이면 마감을 하는데 비가 많이, 또 자주 오는 날은 특히 이용 횟수도 많고 가격도 두 배 정도 받을 수 있어서 비오는 날이 더 일하기 좋다고 한다.
멕시코시티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관광 및 역사특구가 가장 교통량도 많고 그에 따른 갈등도 많은 지역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비시택시일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알록달록한 비시택시를 타고 이 지역을 누비며 사람들과 부대끼고 있다. 비시택시는 멕시코의 오랜 건물 사이를 다니며 멕시코 특유의 색감과 운치를 느끼게 한다. 비시택시는 삶에 대한 미학과 일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한다.
<센트로 지역의 비시택시 운전사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