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 싱가포르 정부는 독일에 이어 한국과 새로운 백신 트래블 래인(Vaccinated Travel Lane, VTL)을 개설한다고 발표했다. 쉽게 말하면, 싱가포르 정부가 발표한 자가격리 없이 자유롭게 여행이 가능한 국가에 한국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에 한해 2021년 11월 15일부터 한국과 싱가포르 사이에 자가격리 없는 자유 여행이 가능해진다. 싱가포르 정부는 한국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미국,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과도 VTL을 구축하고 한국보다 빠른 10월 19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발표는 여행 수요 급증을 촉발해 일시적으로 싱가포르 항공 웹사이트를 다운되고 문의 전화 폭주로 일시적으로 연결이 지연되었다.

<싱가포르가 VTL을 구축한 국가 리스트 – 출처 : 싱가포르 출입국관리 웹사이트>

한국과 싱가포르 정부가 공동으로 출범한 VTL은 양국의 여행 산업과 인적 교류의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단체 관광객뿐 아니라 개인 여행객들은 자가격리 없이 양국을 입국할 수 있게 된다. 자유롭고 안전한 국제 관광 재개를 통해 양국의 여행이 활성화되고, 관광 및 항공 산업의 회복도 견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소식을 들은 싱가포르 내 한인들과 싱가포르 사람들은 빠르게 한국행 비행기를 예매하고 다양한 한국 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적 항공사인 싱가포르 항공은 11월 16일부터 싱가포르와 서울 간 운항하는 6편의 항공편을 모두 VTL 서비스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즉각적으로 백신 트레블 레인 항공편을 제공한 항공사 홈페이지 – 출처 : 싱가포르 항공 웹사이트>

코로나19 이전, 싱가포르와 한국 사이에는 총 64개의 주간 비행기 일정이 있었다. 양국은 서로에게 연간 160만 명의 승객을 운송하는 중요 여행지였다. VLT 서비스를 통해 예방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은 격리 대신 창이공항과 인천국제공항에서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를 할 수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은 10월 13일부터 더 이상 쇼핑몰에 출입하거나 외식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정부가 백신 여권을 만든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이에 대항하는 의견이 없지만, 한국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의견이 분분하다. 같은 백신 접종을 하고 있지만 정치적 성격과 국민들의 성향, 언론사의 반응에 따라 너무나 다른 반응들을 보인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 웹사이트에서는 한국과 싱가포르간 VTL 개설에 대해 기대하는 반응과 함께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PCR 검사 비용에 대해 불만이 표출됐다. 싱가포르에서 PCR 검사비용은 140싱가포르 달러(약 12만 4,000원)이고 한국은 8만원, 사이판은 34만원, 태국 11만원 등 국가마다 가격이 다르다. 싱가포르인들은 PCR 검사 비용에 대해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 대부분이고,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가격을 토대로 계산해보면 항공기 탑승 전후, 각 국가에서 출발 전 14일 이내 또 받는 검사를 포함해서 한국과 싱가포르 간 여행을 위해서 4번의 PCR 검사가 필요하다. 이는 싱가포르와 한국을 오가는 저렴한 비행기 값인 62만원과 비슷한 50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 싱가포르의 정책과 비교했을 때, 자가격리를 위한 호텔 숙박비만 180만원이 추가로 요구되었던 것에 비하면 훨씬 나아진 조건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많은 싱가포르 거주 한인들은 빠르게 비행기를 예매하고 있다.

<국가별 PCR 테스트 비용 – 출처: 국제 항공 운송 평가 기관(Skytrax) 웹사이트>

최근 연속적인 한류 콘텐츠의 열풍으로 인해 연말에 한국이 싱가포르인들에게 인기있는 여행지가 되어 예매율이 다른 유럽보다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게임> 열풍에 살짝 가려졌지만 <겟마을 차차차>에 대한 인기도 상당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여자들끼리 만나면 <겟마을 차차차> 주인공인 김선호에 대한 이야기가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드라마 배경이 되는 포항이라는 도시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고 있다.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의 열풍을 통해 한국의 다양한 여행지들이 더 많이 알려지길 소망해본다.

<싱가포르에서 인기있는 한국 드라마 – 출처: 넷플릭스 싱가포르 웹사이트>

싱가포르에서는 여러 국가들과의 VTL이 승인됨에 따라 11월 16일을 기점으로 한국행 비행기 티켓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이는 한인들 뿐만 아니라 많은 싱가포르 사람들도 연말을 한국에서 보내기 위해 예매를 시작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각 항공사에 대한 한국 여행관련 문의전화도 5배 이상 증가했다는 소식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한국 항공 노선 가격 그래프 – 출처: 구글 항공권 검색>

코로나19 기간 동안 크게 불었던 한국영화와 드라마의 열풍은 싱가포르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매력도를 이전보다도 더 크게 높여 놓은 듯하다. 한국의 국내 여행지들은 코로나19 이후 이전보다 더 다양한 특색을 갖추고, 여행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단하면 잘 해내는’ 한국적 특성과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읽어내는 능력을 활용하여 거세게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도약 발판으로 삼아 전 세계 많은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안전한 관광 국가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이전부터 위기로 기회로 바꾸는 한국인 특유의 능력을 활용해서,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아시아 국가 중 여행지로 가장 선호했던 일본보다 한국이 더 매력적인 국가로 굳게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본다.

※ 참고자료

《CNA》 (21. 10. 12.) <Travel agents, airlines getting more inquiries after VTL scheme expanded to a total of 11 countries>, https://www.channelnewsasia.com/singapore/vtl-travel-south-korea-europe-us-canada-holidays-2236266

《Skytrax》 (21. 4. 21.) <The varying costs of a PCR test at airports around the world>, https://skytraxratings.com/the-varying-costs-of-a-pcr-test-at-airports-around-the-world

• 성명 : 신보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싱가포르/싱가포르 통신원]
• 약력 : 전) 싱가포르 Duke-NUS 의과 대학 박사후 연구원 현) 싱가포르 NUS Yong loo lin 의대 박사 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