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과 31일, 영국 런던 남부의 서턴(Sutton)에서는 재영한글학교협의회가 주최 및 주관한 ‘제18회 재영 한글학교 교사연수회’가 열렸다. 팬데믹 이후로 처음 대면으로 개최된 이번 연수회에는 큰 규모의 런던 지역 한글학교에서 온 수많은 교사들부터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와 아버딘에서 오신 교사들까지, 17개 한글학교에서 온 약 60여 명의 교사들로 북적였다. 연수회 일정은 첫날 오후 3시부터 저녁 9시까지, 그리고 다음 날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되었고, 각종 주제별 사례 발표와 분과 토의, 강연 등으로 알차게 구성되었다.
<교사연수회 일정표 – 출처: 주영한국교육원 웹사이트>
통신원은 이번 연수회에서 첫 차례로 사례 발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유치반 수업 사례,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에 4, 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수업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온라인으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거나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들의 활발한 참여와 질문이 이어져 큰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유치반 사례 발표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유치반 이외에도 초등반, 다문화반, 중고등반 수업에 대한 사례 발표도 이어졌다. 초등반 발표를 맡은 영국 북동부 한글학교 교사 송진아 씨는 특별히 말하기와 글쓰기 교육을 위한 다양한 수업 방법과 활동에 대해 다뤘다. 동 학교의 조민정 교사는 한국어 실력이 모두 다른 다문화 학생들을 온라인으로 지도한 사례를 공유해 주었다. 중고등반 발표에서는 케임브리지 한글학교 교사 김미경 씨가 온라인 게임인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한국 역사 수업 및 그룹 프로젝트 사례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러한 사례 발표에서는 평소에 들을 수 없던 다른 학교 선생님들의 수업 내용을 듣고 노하우도 공유받을 수 있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중고등반 사례 발표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연수회에서는 다양한 강의와 체험 활동도 준비되어 있었다. 경인교육대학교 박인기 명예교수님은 여러 사례를 공유하며 한글학교 교사들이 교사로서 스스로의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지키고 학생들과의 관계를 지혜롭게 설정할 수 있는 방향을 이야기해 주었다. 런던한국학교의 박현미 선생님의 강의에서는 온라인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교육 도구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를 받을 수 있었다. 브리스톨 한글학교 공정은 선생님은 민화에 대한 수업 사례와 함께 선생님들이 직접 민화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민화 경험하기 시간에 그린 그림 – 출처: 통신원 촬영>
선생님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서로 소통한 시간은 단연 분과 토의 시간이었다. 가르치는 학생들의 나이대를 기준으로 총 8개의 조가 만들어졌고, 미리 정해진 진행자의 진행 하에 다양한 주제로 토의가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조에서는 한 교실에서 수준이 차이 나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의 어려운 점과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에 더해, 통신원이 있던 조의 경우 한글학교가 아닌 각 가정에서 주중에 학생들이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토의했다. 학생들의 집중력을 유지하는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조도 있었다. 각 조에서 토의한 내용은 연수회가 마치기 직전에 정리해서 발표한 후에서로의 조를 평가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글학교는 정규 학교와는 달리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만 가는 학교라는 점에서 간혹 우선순위에서 멀어질 때도 있고 중요성을 크게 인정받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재외동포 자녀들이 한국의 언어, 문화, 역사에 대해 교육을 받고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장소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통신원의 조에는 본인이 가르침을 받던 한글학교에서 어른이 되어 선생님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연수회를 통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각자 최선을 다해 수업을 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다시 한번 한글학교 교육에 대한 열정을 지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1박 2일의 일정이 끝난 후 선생님들은 다시 영국 여러 지역으로 돌아갔지만,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교류하며 한글학교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라 본다.
성명 : 윤태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영국/케임브리지 통신원]
약력 : 전) 카카오, 로엔 엔터테인먼트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