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러시아 곳곳에서 열린 한국영화제(KFF)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11.11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은 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오스카 최고의 상으로 꼽히는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4관왕을 거머쥐었다. 한국영화가 세계 무대에서 이러한 규모의 큰 상을 받은 것은 현재 한국 역사상에서는 전례 없는 일이었다. 통신원이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에서도 한국영화에 큰 관심이 없던 많은 러시아 사람들도 영화 <기생충>을 통해 우연히 한국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받고 있다. 이렇듯 두 작품은 한류에 관심을 유도하는 대표 콘텐츠가 됐다.

 

통신원은 러시아 사람들이 한국 영상 콘텐츠의 어떤 매력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러시아의 영화 논평가로 활동 중인 블라디미르 자하롭(Владимир Захаров) 씨는 한국영화가 세계 무대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를 “한국영화는 폭력성을 띄는 콘텐츠, 혹은 로맨스물에서 폭력성과 해학을 미묘하게 어우러지게 연출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 시청자 연령층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약 10년 정도 젊다”면서 “그렇다 보니 영화가 젊은 세대만의 문화가 아닌, 전 연령층의 눈높이를 고려해 제작되는 것도 성공의 한 요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던 영화 '기생충' – 출처 : CJ E&M>

<러시아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던 영화 '기생충' – 출처 : CJ E&M>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러시아에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위에 언급한 블라디미르 자하롭(Владимир Захаров) 씨의 말처럼, 전 연령층을 고려해 제작되는 한류 콘텐츠들이 이제 막 한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10대, 혹은 20대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면 그 인기는 상대적으로 덜 했을 것이다.

 

한편, 최근 러시아에서는 이러한 한국영화의 인기 바람을 타고 2021년 9월 23일부터 10월 3일까지 러시아의 전역에 걸쳐 한국영화제가 열렸다. KFF(Korean Film Festival)로 불리는 이번 페스티벌은 수십년 동안 발전한 한국영화를 탐구하고,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관람객들과 소통을 위한 장이다. 이번 페스티벌은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옴스크, 블라디보스톡, 로스토프, 카잔 등 러시아를 대표하는 여러 도시에서 다양한 관객들을 만났다. 행사는 러시아 틸릿 스타일(Тиллит Сайп)과 케이 무비 클럽(K-movie Club)이 함께 이끌었다.


<한국영화 페스티벌 포스터 – 출처 : KFF.tillitstyle.ru>

<한국영화 페스티벌 포스터 – 출처 : KFF.tillitstyle.ru>


이번 한국영화제에 소개된 영화는 <암살(Убийство)>, <사도(Трон)>, <오직 그대만(Всегда)>, <내부자들(Инсайдеры)>, <끝까지 간다(Трудный день)> 등 한국에서도 흥행한 작품들이 소개되었다그밖에서도 사회적인 이슈들을 다룬 작품 <살인의 추억(Воспоминания об убийстве)>, <택시운전사(Таксист)>, 영화는 영화다(Несмантированный фильм)> 등도 함께 소개되었다.


<한국영화 페스티벌에 참가한 관람객들 – 출처 : 케이무비클럽(K-movie Club)>

<한국영화 페스티벌에 참가한 관람객들 – 출처 : 케이무비클럽(K-movie Club)>


이전까지 한국 관련 페스티벌은 일반적으로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Moscow), 혹은 상트페테르부르크(Saint Pertersburg)처럼 대도시에서 진행이 되었다그래서 한국과 관련된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다른 도시에서 3~4시간 기차나 버스를 타고 와서 참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이번 한국영화제는 규모가 다소 작은 여러 도시에서도 진행되어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데 물리적 제약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또한 한국어문화를 접하기 힘든 중소 도시에 거주하는 현지 대중들에게 한국과 한국문화를 간접적이나마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전 세계가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일상, ‘위드 코로나를 선포했지만 여전히 바이러스는 일반 대중들의 물리적 교류를 제한하고 있다바이러스의 종식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러시아 사람들이 이전처럼 자유롭게 한국에 왕래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란다.


오준교

  • 성명 : 오준교[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러시아/모스크바 통신원]
  • 약력 : 효성 러시아 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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