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반세기 만에 대중들에게 공개된 직지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04.28

프랑스국립도서관(BNF)에 소장된 직지가 공개됐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인류 역사상 위대한 혁신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인쇄기의 탄생과 발전상을 살펴보는 취지로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IMPRIMER ! L’EUROPE DE GUTENBERG)' 전시를 통해 직지를 공개했다. 전시는 4월 12일부터 7월 16일까지 프랑스국립도서관 제2갤러리에서 열린다. 직지가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1973년 프랑스국립도서관의 '동양의 보물' 전시 이후 50여 년 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직지를 비롯해 유럽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 성경 등 유물이 대중 앞에 직접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랑스국립도서관 디지털 데이터베이스 갈리카(Gallica)를 통해 직지를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다.


< 반세기 만에 대중들에게 공개된 직지 - 출처: 통신원 촬영 >

< 반세기 만에 대중들에게 공개된 직지 - 출처: 통신원 촬영 >


우리가 '직지' 또는 '직지심체요절'이라 부르는 이 문화유산의 정확한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직지는 고려 후기 백운화상 스님이 집필한 책을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로 인쇄한 것이다. 구텐베르크 성서(1455)보다 78년 앞선 시기인 고려 공민왕 21년(1377년)에 충청북도 청주 흥덕사에서 상하권 총 2권으로 간행됐다. 현재 상권은 전해지지 않고 하권 1권만이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직지는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朝佛修好通商條約) 체결 후 초대 주한 대리공사로 부임한 콜랭 드 플랑시(Victor Collin de Plancy, 1853∼1922)가 구매해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최초로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플랑시 사후 예술품 수집가 앙리 베베르(Henri Vever, 1854∼1943)가 소장하고 있다가 1952년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됐다. 이렇게 도서관 수장고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직지는 당시 프랑스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던 고 박병선 박사가 발견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박병선 박사의 노력으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는 직지임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지난 4월 12일 문화재청은 이번 프랑스국립도서관의 특별전을 계기로 전시 지원과 학술적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특별전 관련 대중강연 개최, 전시 관련 이미지 제공 및 번역 등의 지원, 전시 홍보,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한 한국의 문화유산에 관한 조사와 연구 추진을 포함한다. 이에 향후 직지의 한국 전시가 성사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직지를 소개하고 있는 범종 스님과 야닉 브뤼느통 교수 - 출처: 통신원 촬영 >

< 직지를 소개하고 있는 범종 스님과 야닉 브뤼느통 교수 - 출처: 통신원 촬영 >


지난 4월 13일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은 특별전을 맞이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과 공동으로 직지의 편찬 배경과 한국의 인쇄 문화유산을 다루는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콘퍼런스 발제자로 나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범종 스님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라는 기술적 측면보다는 직지의 발간 배경과 한국의 인쇄문화에서 직지가 차지하고 있는 가치와 위상을 조명했다. 통역은 직지 프랑스어판 번역을 담당한 한국 전문가 파리7 대학교 야닉 브뤼느통(Yannick Bruneton) 교수가 맡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참석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문자에 얽매여 무심과 무념에 대한 중요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계층과 세대 간 구성원의 갈등과 대립, 무한한 경쟁 속에서 번뇌에 사로잡힌 삶의 방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직지는 종교를 떠나 인류가 지향해야 할 정법의 의미와 자기 본래의 청정한 불성으로 돌아가기 위한 행복한 삶으로 안내해 주는 길잡이가 될 수 있습니다. 반세기 만에 공개된 직지가 앞으로 전진하는 걸음을 잠깐 멈추고 우리의 마음을 들여보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랍니다."

4월 18일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직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2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직지 - 활자의 시간 여행> 상영회를 개최한다. 또한 다큐멘터리 감독 제롬-세실 오프레(Jérome-Cécil Auffret)와 프랑스국립도서관 동양 고문서 총괄 로랑 헤리셰(Laurent Héricher)와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참선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볼 때 그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라는 직지의 중심 주제처럼 이번 행사를 통해 프랑스인들이 직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참고자료
- 'Imprimer ! L’Europe de Gutenberg' 전시 공식 홈페이지,  https://www.bnf.fr/fr/agenda/imprimer-leurope-de-gutenberg

- 프랑스국립도서관 공식 홈페이지, https://www.bnf.fr/fr/le-jikji-un-tresor-de-limprimerie

- 프랑스국립도서관 디지털 데이터베이스, https://gallica.bnf.fr/ark:/12148/btv1b52513236c

- 청주고인쇄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https://www.cheongju.go.kr/jikjiworld/contents.do?key=17509

- 문화재청 보도자료 (2023. 4. 12). 문화재청, 반세기만에 공개되는 '직지(直指)' 프랑스 현지 전시 지원,






지영호

성명 : 지영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프랑스/파리 통신원]
약력 : 현) 파리3 소르본 누벨 대학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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