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파독 1세대를 위한 기념 음악회 '베를린 아리랑'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05.02

지난 4월 15일 웅장하고 아름다운 독일 베를린 대성당에서 클라리넷 앙상블의 연주와 구슬픈 피리 소리가 함께 흘렀다. 고국의 노래, 아리랑이다. 베를린의 상징과도 같은 이곳에서 아리랑을 경험하는 느낌은 차마 형용하기 어렵다. 파독광부 60주년 및 한-독 수교 140주년 기념 음악회 '베를린 아리랑'의 현장이다.


< 베를린 대성당에서 개최된 파독광부 60주년 기념 음악회 '베를린 아리랑' - 출처: 통신원 촬영 >

< 베를린 대성당에서 개최된 파독광부 60주년 기념 음악회 '베를린 아리랑' - 출처: 통신원 촬영 >


베를린 대성당을 꽉 채운 관객들은 60년 전 독일 땅을 밟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 그리고 그들이 이룬 가족들이다. 이주민 노동자로 독일로 파견된 이들은 고된 삶을 이겨내고 독일에 뿌리를 내렸다. 한인 가정이나 한독 가정을 꾸리면서 오늘날 독일 한인 사회를 이룩한 주인공들이다. 이날 음악회는 바로 이들을 위해서 준비된 공연이었다. 김문길 지휘자가 이끄는 서울 나눔 클라리넷 앙상블이 주최하고 손지혜 소프라노, 유현수(피리 및 태평소), 박소현(바순), 최주리(파이프 오르간) 연주자가 협연했다.


< 베를린 대성당 1층을 꽉 채운 파독광부 및 간호사 가족들과 현지 관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 베를린 대성당 1층을 꽉 채운 파독광부 및 간호사 가족들과 현지 관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공연팀은 <나와 함께 하소서(Abide with me)>, <아베 마리아>, <그리운 금강산>, <고향의 봄>, <어라운드 아리랑> 등 총 9곡을 헌정했다. 한국 가곡이 나올 때는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파독 세대는 이제 고령과 질환 등으로 한국 방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더 이상 찾지 못하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설움이 밀려오는 듯했다. 음악회를 찾은 현지인들도 한마음으로 큰 박수를 보냈다. 파독 1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2세의 편지 낭독, 앙상블이 별도 행사로 진행한 사진촬영 행사 '리멤버 픽처'와 선물 증정식도 이어졌다. 마지막으로는 모두가 아리랑을 합창하며 음악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김문길 지휘자와 한 파독광부, 간호사 부부의 특별한 인연이 눈길을 끌었다. 베를린 음대에서 유학했던 김문길 지휘자는 부부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때의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는 음악회를 계속 생각해왔다고 한다. 오랜 기획과 설득, 1년이 넘는 준비 과정을 거쳐 50여 명의 단원들이 시간을 들여 베를린을 찾았다. 김문길 지휘자는 "타국에서의 힘든 삶 속에서도 독일 사회에 굳건히 자리 잡고 계신 파독 어르신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번 음악회로 잠시나마 고국을 만나는 위로의 시간이 되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베를린 대성당에서 개최된 파독광부 60주년 기념 음악회 '베를린 아리랑' - 출처: 통신원 촬영 >

< 베를린 대성당에서 개최된 파독광부 60주년 기념 음악회 '베를린 아리랑' - 출처: 통신원 촬영 >


베를린 시의회에서 외국인 담당관으로 일하며 한인들과 깊이 교류해 온 독일 정치인 바바라 존(Barbara John)은 "파독 한인 이주민은 어떤 부정적인 뉴스에도 오르내리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면서 이주민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베를리너가 된 한국인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뜻깊은 공연을 위해 많은 이들이 힘을 모았다. 베를린에서 1세대 한인 어르신들을 돌보는 해로와 주찬양교회가 현지 진행을 맡았다. 특히 아무나 공연할 수 없는 베를린 대성당이라는 공간의 상징성도 컸다. 베를린 대성당 측은 공연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며 기꺼이 무대를 내어 주었으며 베를린 대성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로 음악회를 생중계했다. 파독의 역사는 곧 독일 한인 사회와 한독 교류의 역사이다. 이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만든 커뮤니티와 문화가 2세, 3세로 이어지고 있다. 바로 이런 기반 위에서 한독 교류도 힘을 얻는다. 이날 베를린 대성당에 아리랑이 울려 퍼질 수 있었던 것은 파독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이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이유진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약력 :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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