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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브라질을 찾은 인기 장편소설 『아몬드』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05.10

지난 3월 31일 한 출판사(Racco)가 손원평 작가의 인기 장편소설 『아몬드』 포르투갈어 번역판을 출간했다. 마침내 브라질 서점에서도 『아몬드』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번역원의 지원으로 영문판, 스페인어판이 나온 지 3년 만이다. 표지에는 한국계 브라질인 디자이너이자 만화가인 잉리의 일러스트가 실렸다. 잉리 작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국어판 표지에서 영감을 받아 색감에 통일감을 주고, 어머니의 책방을 그려 넣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어판을 본 사람이라면 낮은 채도와 소년의 무뚝뚝한 표정으로부터 쉽게 원작의 표지를 떠올릴 수 있다.


장편소설 『아몬드』는 2017년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며 출간 5년 만에 판매 100만 부를 넘긴 스테디셀러이다.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에서 2020년, 2022년 두 차례 수상한 것에 이어 지금까지 아시아, 북미, 유럽, 남미 등 20여 개국에 수출되는 등 괄목한 성과를 창출했다.


브라질 여성 잡지 《CLAUDIA(클라우지아)》는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해 아마존 추천도서 중 하나로 『아몬드』를 선정했다. 4월 27일에는 브라질 아마존 4월 신작 베스트셀러 26위에 올랐다가 이튿날 13위, 이후 7위로 훌쩍 뛰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 책과 완전히 사랑에 빠졌어요. 글은 단순하면서도 훌륭하고 그 어떤 것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소년의 입장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끝나면 따뜻한 마음이 남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페이지에서 놀라움을 느낄 책입니다." 등 독자들이 남기 긍정적인 후기가 눈에 띈다.


< 4월 29일 브라질 아마존 4월 신작 베스트셀러 9위에 오른 '아몬드' - 출처: 아마존 공식 홈페이지 >

< 4월 29일 브라질 아마존 4월 신작 베스트셀러 9위에 오른 '아몬드' - 출처: 아마존 공식 홈페이지 >


2020년에는 BTS 멤버들이 『아몬드』를 읽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한국에서도 역주행해 베스트셀러에 자리 잡기도 했다. 때마침 최근 공개된 슈가(어거스트 디)의 신곡 <AMYGDALA>에서 아몬드를 먹는 장면이 등장해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있다. 특히 한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도서 『아몬드』를 언급할 때 BTS가 빠지지 않고 있다. 일부 서점에서는 아예 'BTS 추천 도서'라고 스티커를 붙여 마케팅하고 있다. 출판사 인스타그램에서도 "BTS 덕분에 이 책을 알게 됐어요. 궁금한 마음에 몇 달 전 영문판으로 읽어 보았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포르투갈어로도 발간돼 기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려고요."와 같이 팬들이 남긴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홍보 방식과 상관없이, 도서 자체에 매력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현지 독자들은 『아몬드』의 스토리텔링과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북튜버 크리스치안(@ChristianAssuncao)은 '당신이 읽어야 할 한국 도서들'이라는 최근 영상을 통해 『아몬드』를 추천하며 "인물들의 자기방어적인 태도와 다소 폐쇄적이고 소극적인 대인 관계에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 아마존에 올라온 독자의 '아몬드' 후기. 가장자리에 'BTS 추천 도서'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 출처: 아마존 공식 홈페이지 >

< 아마존에 올라온 독자의 '아몬드' 후기. 가장자리에 'BTS 추천 도서'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 출처: 아마존 공식 홈페이지 >


K-문학이 브라질에서 관심을 받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2012년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브라질 독자들 사이에서 제법 알려지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K-문학이라는 장르가 조명된 시기는 2020년 전후이다. 지금까지 브라질에서 번역 출간된 한국 소설은 『82년생 김지영』, 『소년이 온다』, 『딸에 대하여』, 『종의 기원』, 『7년의 밤』 등이 있는데 대부분 2018년 『채식주의자』 이후에 출간됐다. 위 작품들이 그린 부조리, 현대인의 우울함 등은 현지 독자들에게 공감을 통한 문학적 즐거움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모두 MZ 세대 여성 작가의 작품들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김금숙 작가의 『기다림』, 『풀』, 『준이 오빠』 등 브라질을 찾은 그래픽 노블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금숙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직장인 이아고 씨는 그래픽 노블의 장점으로 "브라질에서 접하기 어려운 한국의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브라질 출판계의 아쉬운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브라질에서는 한국에 대해 공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학에서 국제학을 전공했지만 동아시아를 다루는 부분은 극소수이고 그나마도 중국의 역사에 집중돼 있습니다. 한국과 관련된 서적도 포르투갈어판은 거의 없어 영문 서적을 찾아봐야 합니다."라고 전했다.

지난 몇 년 간 독서량이 감소하고 굵직한 서점들이 문을 닫기도 했지만 오히려 브라질에 소개된 한국 소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수준 있는 K-문학이 꾸준히 번역 출간돼 고정 독서층을 확보하고, 한류 마케팅을 통해 SNS으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젊은층을 사로잡는다면 북톡(Booktok) 등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사진출처
- 아마존 공식 홈페이지, https://www.amazon.com.br/








 서효정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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