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이두수 작가 전시회, '꽃을 배달하는 사람'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12.29

이두수 작가 전시회, '꽃을 배달하는 사람'


마드리드에 위치한 문화센터 에스파시오 론다(Espacio ronda)는 다양한 문화와 인종의 프로그램이 교차하는 곳이다. 페르시아 전통 음악 콘서트부터 명상 수업까지 국경을 초월해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또 주머니가 가벼운 아티스트들에게는 전시와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의 전시 공간은 크지는 않지만 자신의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쉽지 않은 아티스트의 높은 수요로 1년 전시 일정이 꽉 차있을 정도로 인기다.


이 문화센터를 거쳐간 수많은 공연과 전시회 중 한국 아티스트의 이름도 눈에 띈다. 국악 크로스 오버 그룹 '이사랑 그룹'을 포함한 다양한 한국 아티스트가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의 공간을 통해 스페인 관객들에게 작품과 공연을 선보였다. 한국 이두수 작가는 '꽃을 배달하는 사람' 전시회를 개최했다. 일용직 건설 노동자로서 노동 현장 및 일상을 그림과 글로 표현하는 이두수 작가는 국제개발협력단체에서 활동했고, 현재 한국 일간지에 칼럼을 연재하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전시회를 위해 직접 스페인을 방문한 작가는 "해외에서 단독 전시회라니 큰 영광이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 에스파시오 론다 문화센터에서 열린 이두수 작가 전시회 - 출처: 통신원 촬영 >

< 에스파시오 론다 문화센터에서 열린 이두수 작가 전시회 - 출처: 통신원 촬영 >


지난 11월 28일부터 약 2주일간 진행된 전시회에 주스페인한국문화원 신재광 원장 및 마드리드 꼼플루텐셰대학 한국어학과 양은숙 교수 등이 격려를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지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주스페인한국문화원에서 마련한 전시 공간은 중앙 홀에 위치해 있는데, 꼭 전시회를 보러 오는 관객들뿐만 아니라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을 출입하는 모든 이들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실제 노동자의 눈에 비친 노동 현장을 노동자의 손으로 그린 작품에는 현장감이 생생했다. 먹으로 거칠게 표현된 노동자 모습에 왠지 숙연하기도 하다. 이른 새벽을 여는 거리 청소부, 건설 현장의 노동자, 미장하는 사람들, 거리의 악사 등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삶이 따뜻하게 담겨 있었다. 세련되고 화려한 작품은 아니지만 소소한 삶의 현장의 모습들이 주는 경건함과 따뜻함이 전해졌다. 스페인 한 관객은 여성 노동자가 작가의 그림을 보고 울먹이는 그림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해당 작품은 미화원인 자신의 직업을 부끄러워 항상 숨기기만 했는데, 그의 삶을 그림으로 보고 감동한 한 관객을 그린 작품이었다. 스페인 관객에게 작품의 숨은 이야기를 전달하자 "어쩐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와 그 그림 앞에서 멈춰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강좌에 참석하러 왔다가 우연히 전시회를 둘러봤다는 한 스페인 관객은 또 다른 날 가족들과 함께 전시회를 찾았다. 그는 "먹으로 표현한 거친 그림의 질감이 그림 속에 담긴 삶을 표현하는 것 같아 묵직한 감동을 준다."고 했다.


< 전시회에서 스페인 관객들을 직접 만난 이두수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 전시회에서 스페인 관객들을 직접 만난 이두수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마드리드 전시회를 위해 2주간의 휴가를 쓰고 왔다는 이두수 작가는 마드리드 거리를 둘러보며 마주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도 함께 전시해 현지 관객들이 그의 작품에 더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작가는 자신의 전시회에 찾은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작가는 "한국에서 제 전시회를 보고 감동한 관객 중 한 사람이 영국에 거주하는데 에스파시오 론다의 아르만도(Aarmando) 관장과 친분이 있었고, 관장님에게 작품을 소개해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관장은 "처음 전시회 의뢰를 받았을 때 이미 1년의 스케줄이 꽉 차 있어 거절했는데, 그의 작품들을 보고 뭔가 이끌린 듯 진행을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는 등 골치가 꽤 아팠지만 작가와 그 작품들을 직접 보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제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데 오히려 좋은 전시회를 열 수 있어 영광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두수 작가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지만 노동 현장의 자신과 동료들의 모습을 그리는 독특한 소재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는 것 같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실제로 전시회를 찾은 현지 관객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꼭 필요한 존재지만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난 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에서 감동을 느꼈다."고 전했다. 작고 소소한 일상과 노동에서 전해오는 묵직한 감동은 국경과 문화를 넘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해졌다.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와 같은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많은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 현지의 관심 영역이 순수 미술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오늘날 한류의 성장은 주어진 공간에서 꽃을 배달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일상을 열심히 해나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정누리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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